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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납치했다, 카드발급을 받아라, 대출을 받아라 등등 요즘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주변 친구들중에 가족을 납치했단 내용의 전화를 받았단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늘 나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바보같이 왜 그런 전화에 속아?'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들도 점점 진화하고 있으니까...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오늘 아침 내게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이랬다. 자신은 중구 경찰청 경찰 박XX인데 어제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포통장을 만들고 사기를 치려던 일당을 검거했단다. 그리고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의 정보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의 핸드폰 번호, 이름, 주민번호까지 알고 있었다.) 그는 내게 용의자 3명의 이름을 대면서 아는 사람인지를 물어보더니 그들이 H은행, S은행에 내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나의 거래은행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난 두 은행과는 거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로 인해 내가 피해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하기에 이후 다른 전화가 오게 되면 협조를 요한다고 했다. 사실 여기까진 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의 신분과 연락처 등을 물었는데 그는 내게 자신의 이름, 소속, 연락처를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후에 알아보니 소속과 대표번호는 진짜 그 경찰청의 번호였다.)
조금 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번에는 법무부 검찰과 권XX란다. 앞서 경찰에게 사건의 내막을 들어 알고 있냐고 내게 확인을 한다. 그러면서 내가 피해자임을 증명하려면 내가 금융권에 거래하고 있는 내역을 알려줘야 한단다. 거래하는 은행과 잔고를 알려줬더니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유난을 떤다. 그러면서 요즘 보이스피싱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한다며 내게 114에 전화를 걸어서 법무부 검찰과 대표번호를 확인해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내 핸드폰에 찍힌 발신번호는 법무부 검찰과 번호와 일치했다.) 여튼 그리고 내가 거래은행과 규모를 이야기 했더니 앞으로 3개월간 금융감독원에서 나의 자산을 보호해 주겠단다. 내가 가진 자산에 변화가 생길때마다 본인이 거래한 것인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난 관련된 내용을 서면으로 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팩스를 통해 '법무부가처분명령'이란 제목의 문서를 보내 주었다.
그 문제의 서류 (증거물로 가지고 있다.)
나)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사기꾼) 금융감독원에서 본인의 재산이 합법적인지 평가를 하고, 그 후에 재산을 보호해 드립니다.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피해사례를 위해 만든 신탁계좌에 가지고 계신 유동성자금을 입금해 주시면 90분간 조사를 통해 소정의 수수료와 함께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너 지금 '입금'이라고 했느냐!!!!! 니들 지금 나한테 사기를 치는거라고 불었겠다?! 이런 쓰레기같은 것들이 있나!!!!! 살짝 열받은 나는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고 그는 자기는 절대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그럴듯한 썰을 풀어댔다. 그럼 당신의 주민등록증과 공무원증을 나한테 팩스로 보내보라고 했더니 도리어 내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아주 ㅈㄹ을 하세요~)
말을 어찌나 잘 하는지 왠지 계속 말을 섞었다간 뭔가 말려들 것 같아서 일단 전화를 끊고 112에 신고를 했다. 진짜 경찰아저씨와 통화하는 와중에도 내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그냥 끊는다고 이것들을 피해갈 수 없겠다 싶어 전화를 다시 받았다.
사기꾼) 왜 전화를 받지 않으셨죠?
나) 내가 지금 당신때문에 일을 하나도 못했거든? (이제 반말인거다..)
사기꾼) 그럼 계좌를 알려드리겠...
나) 됐고. 협조 안했다고 나를 잡아가든. 내 금융거래를 정지시키던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하고 그 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하겠으니 전화하지 말어.
사기꾼) 협조안하시면 공무집행방해죄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가처분명령서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12시이후부터는 본인 금융거래가 모두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걸 해지하려면 변호사를 직접 구해서 진행해야 하며...
나) ㅇㅇ 알았어. 알았으니까 난 안하겠다고. 말 디게 많네.
사기꾼) 왜 갑자기 협조를 안하시겠다고 태도를 바꾸신거죠?
나)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돈을 보내? 너라면 믿겠니?
사기꾼) 제가 충분히 제 신원과 사건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고....
나) 됐고!! 당신말대로라면 오늘 12시가 지난 후에 내가 은행거래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니가 사기꾼인거지? 그치?
사기꾼)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거 아닙니까?! (계속 나한테 성질낸다.)
나) 묻는 말에나 대답해. 내가 은행거래에 아무 문제 없으면 넌 사기꾼인 거고 난 진짜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거냐고 이 !)%*#)%()#%( 아!!!!!
사기꾼) 그렇죠.
금융거래정지? 정지는 무슨.... 난 오늘 은행가서 정기예금 새로 들었다. 금융거래엔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은행에 개인정보유출과 관련된 보호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혹시나 싶어 SKT에 전화를 했더니 수신자부담전화는 아니었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나는 왜 좀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나 싶다. 아무래도 경찰, 검찰은 평소 접해볼 일이 없고, '개인정보유출'이란 소재는 '동생이 납치됐다'는 것보다는 조금 더 설득력있는 소재였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정보를 유출해서 사기치는 주제에 개인정보 유출됐단 미끼를 던지다니 나름 여러가지로 머리 잘 굴렸구나 싶다.
경찰청(1379번)에도 신고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요즘 보이스피싱은 점점 발전해서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름, 연락처 등을 알고 있기도 한댄다. 나름 모두 해결(?)하고 나니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겠단 생각이 든다. (특히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정말 조심..) 이렇게 지능적인 것들에게 일단 휩쓸리게 되면 좋을 것 없으니까... 점점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알면서도 당할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자.
+ 이런 포스트는 어디 상단에 걸어줘야 하는거 아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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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셔캣 2008/10/21 00:30
저도 같은 종류의 보이스 피싱 사기에 걸려들어 제딴엔 나름 충격을 받을 만한 금액을 털린 경험이 있습니다.
2년 전이었던 것 같군요. 시간 상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제 경우는 글쓴 분의 경우보다 덜 다듬어 졌다는
느낌이랄까.. 디테일이 좀 떨어졌지만 예전 경찰, 검찰이라는 평소에 접하기 힘들고 권위를 업은 이름값에
눌려서 그랬는지, 지나고 나면 속을래야 속을 수도 없을 정도로 헛점이 많은 상황을 인식 못하고 어이없게
그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사건 발생 직후 해당 금융사 고객센터 상담 후 경찰 신고가 필요하다는
안내에 따라 30분 정도의 시간차로 구역 경찰서로 직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건 접수조차 거부당했습니다.
민원실이 문 닫았으니 명일 아침에 와서 절차를 밟으라는 말과 함께 보이스 피싱 주의 안내 스티커 한 장
딸랑 주더군요.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경찰서를 나와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아는 지인을 통해 해당 계좌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이 얼마나
빽없고 줄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세상인지..) 전화 통화 종료 시점에서 약 10분 이내에 모든 금액을
현금인출기로 인출했다더군요.
범인들이 일부러 은행 영업 종료 시기에 범행을 저지르고 이 시기가 경찰 민원실 업무 종료 시간에 맞물려
신고조차도 어려운 지경인데 경찰들은 업무 외 시간이니 담날 오라는 소리나 하고...
그때 이후로 전 우리나라 공권력에 대한 불신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절 내보내며 시시덕거리고 순찰 나가서 뭐 할 지 농담이나 따먹고 있던 뱃살 두둑한 경찰들...
아무튼 잊고 싶은 기억이 되살아나 주절주절 덧글을 달았습니다만, 아무 일 없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
denim 2008/10/21 00:55
이거 무슨 영화속이야기도 아니고 무섭네요....
일단 돈이야기 나오면 의심해보아야겠네요.
가뜩이나 금전적인 것에 민감해지는 시대인데,
잘 모르는 사람은 한순간에 넘어갈듯해요.
그래도 별일없으셨다니 다행이에요 ^^; -
미수꼬랴 2008/10/21 01:15
나는 외환은행이라고...(외환카드 없었음)예금거래 정지 되었다고 연변말투로 이야기 하길래 왜 사기치냐고 이야기 하니까...막 쌍욕 하더라고요..넌 사기만 당했냐? ****욕하더라구요..
그러니 당연히 외환은행이 아니죠...외환은행 연변지점 이겠죠...
정말 조심 해야겠어요.... 서로 믿고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ㅠㅠ -
붕어 2008/10/23 16:19
주인장 이거이거 대박인데..
나 몇일전에 국민은행이라고 전화왔던데 한달에 20씩 5년인가 입금하라고 하던데.. 한 20분 통화하다 짜증나서 끊을려고 하는데 계속 입금해야한다고 떠들던데..
나 나름 지성인이라 그냥 마구 끊으면 그럴꺼 같아서 계속 받아주느라 힘들었어.. -
싱클레어 2008/12/31 10:36
아... 방금 같은 번호로 전화받았네요. 박인수라고 했죠. 저도 속다가 갑자기 통장잔고를 물어보길래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고 얘기하겠다 그랬더니 화를 내네요. 햐.......... 엄청난 보이스 피싱이였어요. 저는 제가 현재 어디 살고있는지도 알고 있더군요. 오싹해요. 그나저나 Fax 까지 주고 받으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거나 흥미진진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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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똑같네요 2009/03/11 16:36
저도 똑같이 당했습니다.
아주 똑같은 수법이고 잔고 확실히 알려달라고 해서 이상하다 했더니 검사랑 통화하라더군요.
아.. 무섭네요. 어쨋든 전화는 중간에 끊어지긴했는데.. 걱정이군요 -
저도 당했습니다. ㅠ.ㅠ 2009/04/02 18:32
저도 오늘 당했습니다. 은행별 거래계좌갯수랑 잔액정보까지만 알려줬고,
돈보내라는 전화는 안왔는데 너무 짜증나네요..
그리고 저는 그런거 절대 안당할줄알았는데 당하고보니 완전 멍청해진기분.. ㅠ.ㅠ
112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99% 보이스피싱이라고, 다시 전화오면 님처럼 방문수사 요청을 하라고 하더군요.
경찰에서 잔액을 물어보는 경우는 절대없다고..
암튼 혹시나 위조 신분증 만들어서 거래할까봐 불안해서 은행에 얘기해서 조치를 취했습니다. 님도 피해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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